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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기고문

얽힌 관계 속의 감정들

얽힌 관계 속의 감정들
교두애

 

 

 

저는 메루메루님이 돌아가시기 한참 전, 개인적인 이유로 메루메루님과 트위터에서 다툰 적이 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저의 자기 혐오 때문에 일방적으로 시작된 다툼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메루메루님과 좋은 관계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이런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밀사님을 향한 일방적인 서슴없고 악질적인 가해와 혐오를 기반으로 한 선동들이 그칠 수 있도록 밀사님과 연대하기 위해서입니다.

 

밀사님을 향한 악의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이들은 메루메루님에게도 마찬가지 일을 저질렀던 사람들입니다. 메루메루님의 삶을 재단하고 가해의 도구로 환원시키는 이들은 메루메루님이 허니팝콘을 응원한다는 발언들을 했을 때에도 “어디서 일본 AV여배우 따위가 감히 한국에서 아이돌을 하려고 드느냐”, “메루메루가 여권의 퇴보를 응원한다.” 같은 말들로 메루메루님을 괴롭혔습니다. 그랬으면서 이후 메루메루님이 돌아가시자 그의 친인척과 주변인들도 다 알기 어려운 메루메루님의 선택을 본인들의 입맛대로 재단하고 도구 삼아 그의 친구들에게, 특히나 밀사님에게 “너 때문에 죽었다.”라는 비난을 비롯한 악질적인 가해들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슴없이 행해왔습니다.

허니팝콘의 데뷔는 성산업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낙인과 혐오를 각오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메루메루님은 이를 응원한 것이고요. 당신들이 탈-성매매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성산업에서 벗어나 현재보다 좀 더 긍정적인 본인의 삶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그런 여성들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응원하는 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인연들에게 어떤 폭력적인 말들을 쏟아냈었는지, 스스로 꼭 기억하고 죄책감 느끼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기를 바랍니다.

 

저는 당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살아있는 여+성노동자들, 메루메루님의 친구들을 소중한 이의 죽음을 도구 삼아 난도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탈-성매매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모든 성노동자를 하나둘 죽음으로 몰아가며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인지요. 이다음엔 악의적인 곡해와 날조된 정보들로 누구를 죽음으로 몰고 갈 건지 벌써부터 무기력해집니다.

 

성노동을 하겠다는 사람을 환영해주는 성노동자는 없습니다. 다들 만류하면서도 선택은 결국 당사자가 하는 것이기에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노동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그가 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기에 직접 몸소 경험하며 구축해온 관련 지식들, 정보들을 공유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성노동을 권유하는 일이 되는지도 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성노동자 당사자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성노동자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딱 한 번 데이팅 어플을 통해서 저와 나이 차이가 나는 분과 데이트의 형식으로 하루 가까이 시간을 함께 보낸 경험이 전부입니다. 이 경험만으로 제가 성노동자 당사자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성노동자라 해도 될지 모르겠을 정도입니다.

이는 저의 위치가 다수의 성노동자 분들과는 약간의 다르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저의 존재는 여성도, 게이도 아닌 어딘가에 위치한 사람이기에 원활한 수입을 위해서는 러버를 겨냥하든, 게이를 겨냥하든 스스로를 어떠한 프레임 안에 가두는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저와 비슷한 위치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겠죠.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성노동자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정보들을 공유해 주는 분들을 만나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더 다양한 위치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존재가, 그리고 그 분들의 삶이 가시화되기를, 그리고 저의 경험 또한 그 중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성노동, 성판매, 성매매 라는 단어를 치워버리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은 성노동자가, 여+성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꼭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성노동자 당사자들의 정보 공유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더 나은 노동 환경을 구축하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 존재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성노동자는 이미 존재하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며 당신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당장 메루메루님의 삶을 재단하여 공격의 도구로 삼고 악질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사님을 괴롭히는 짓을 멈추고, 이에 대해 진실하고 정중하게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반성하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밀사님은가해자가아니다

#메루님을도구화하지마라

#우리는_자격_없는_여성들과_세상을_바꾼다

 

 

비-비-성노동자 교두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