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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기고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김망고

 

 

 

안녕하세요, 밀사님. 저는 '미술계' 라는 작은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저는 2018년 있었던 전시 <미러의 미러의 미러> 에 전시된, 메루메루님을 추모하는 한솔 작가님의 작품 <메루메루빔>에 관한 오해를 제 자리에서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권위를 인정받는 비평 웹진이 한 반성착취 운동가분의 너무나 편향적인 글을 게재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다른 비평 웹진에서 미학적 이론을 근거로 이를 비판했지만, 그 또한 해당 사건과 그것이 벌어진 필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기에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문제가 된 비평은 메루님께서 성노동을,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향해 보여주셨던 긍정을 무시하고 메루님을 처음부터 피해자라 규정지어, 전제된 시각부터가 너무나 폭력적이었습니다. 트위터 불리들과 다름없는 태도를 깔고 있고, 또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 글이었습니다.

 

저는 '미술계' 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비평지에서 메루님을 도구로 삼아 성노동 운동가들과 연대자들을 공격할 근거를 만들어준 그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미술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의식 있는 지식인들이라는 믿음, 동시대 미술에서 다양한 관점의 존중과 공유를 중요한 가치로서 지향한다는 믿음이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서로 보고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성노동 운동과 반성매매 운동은 서로가 닿지 못하는 범위를 서로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고 그렇게 실천되어야 할 텐데요. 한쪽만 공부해놓고 그 진영의 운동가가 되어선 가해의 무기로 쓰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닐 텐데…….

 

하여 그 사건은 짧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작가님의 ‘작품을 본 이상 사건에 연루되도록 한다’는 의도가 무색하게도, 그 이후로 사건에 대해서 더 이상 알려지지 못하여 메루님을 추모하는 작품이 지금까지도 고인을 모독하는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하여 저는 저의 위치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마다 나서서 주변에 퍼져 있는 잘못된 오해를 고쳐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의외로 많은 작가분들, 학생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 보이지 않던 밀사님의 연대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일민미술관에 한솔 작가님의 퍼포먼스를 보러 갔을 때 장혜영 의원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이 90퍼센트라는 통계가 나왔답니다. 전 참 의외였어요. 이 정도 수치면 교회 내에도 상당한 수의 ‘앨라이(연대자)’가 있나 보네? 싶었습니다. 혐오세력의 목소리를 듣고, 자극적인 뉴스들을 보다 보니 저도 모르게 희망이 꺾여 기대를 접었었나 봐요. 실제보다 두드러지게 가시화되는 혐오는 그 세력을 과장되게 느껴지게 하고 소수자로 하여금 세상을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도 불리들이 시끄럽게 쏟아내는 잘못된 정보들과 그들의 사나운 태도 때문에 다들 나서기 어려워하지만 사이버불링, 성노동자 혐오, 트랜스 혐오에 힘을 실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위축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저의 자리에서, 숨은 연대자들에게 나서주시길 독려하겠습니다.

 

밀사님, 응원합니다. 

 

#밀사님은가해자가아니다

#메루님을도구화하지마라

#우리는_자격_없는_여성들과_세상을_바꾼다

 

2020.06.17. 밀사님의 연대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