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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기고문

오늘도 내일도 메루메루빔

오늘도 내일도 메루메루빔
꼬꼬

 

 


그저 먼 거리에서 관망하던 놈들이 망상에 빠져 어떤 이를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가련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재현하는 걸 몹시 증오한다. 평생 성 산업에서 일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일할 필요가 없으니 그렇게 방구석에서 자위하는 것이겠지.

#메루메루빔 해시태그 장례식을 두고 어떤 대단하신 반성매매 운동가께선 "'성노동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착취 현장에 눈감는 것을 넘어서, 여성들이 당하는 피해를 주체적인 행위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따위의 언사를 했다. 성노동론을 주장하는 자는 대체 뭘까. 조건만남을 하면 성노동론 주창자가 되나? 룸이나 바에서 손님 상대하면 성노동론을 현실에 적용한 것이 되나? 밴 타고 이곳저곳 이동하며 배불뚝이 한남 곁에서 술 따르면 성노동론 완전판인가? 

성노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수 무리를 성노동론자 집단으로 호도하기도 하던데, 일단 그 "이론"으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러워졌다고 그들을 위험 집단으로 묶어 배척하겠다는 건지 웃기지도 않는다. 일단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행위를 성노동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성노동론자"라 한정해서 칭할 수 있다면, 숱한 성노동론자 중 저런 얘기 하는 걸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성노동자가 일하며 겪는 착취의 다양한 양태를 고발하는 동시에 번 소득으로 자기 일상을 영위하는 걸 보여주는 게 과연 모순된 일일까?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부른다 해서 성매매/성거래/성판매/성노동 현장에서 꾸준히 자행되는 다양한 착취가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믿는 게 우습고 그저 꼴불견이지. 본인들이 스스로 노동해서 돈 벌고 월세 내고, 맛있는 것 먹고,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인식을 갖추며 살아가고 있는데, 제삼자가 "당신이 하는 그건 노동이 아니라 착취입니다"라고 비장하게 다가오면 잘도 그 말에 수긍하겠다. 그렇게 시혜적으로 성노동자를 바라보면 안 된다는 걸 이 사회의 당연한 기준으로 삼자는 얘기하는 게 어째서 너나 나나 당장 성노동 현장에 뛰어들라는 말이 되냐. 당신은 손가락 놀려 글 쓸 때 생각은 하고 사나요. 사람이 부끄러운 줄 알고 살아야지.

게다가 #메루메루빔을 모독이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뭘까. 모든 죽음은 숭고하고 엄숙하게만 기억되어야 하나. 누가 그런 기준을 정한 건데. 고인과 교류하며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즐겁게 추모하는 게 사뭇 견디기 어려우면 그냥 차단하면 속 편하고 좋잖아. 왜 그러는지 자세한 속사정 모르면 입 놀리지 말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말인가.

밀사님도 참 고생이 많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것들이 본인 향해 쏟아내는 더러운 말들 다 듣고 있어야 하니까. 얼마나 지독하면 결국 고인과 얽힌 사생활을 전부 꺼내야 했겠냐. 물론 그걸 보고도 사실 왜곡해서 마음대로 지껄이는 것들 있더라. 대체 자기들이 뭐라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 하나 매장해버리려고 하지. 그게 페미니즘이면 나는 오늘부로 페미니즘이 뭔지 모르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얘기하며 오만 업소 종사자들 다 돈줄 끊는 세상에서 나는 밀사님 곁에서 있겠다. 그게 내가 여태 알고 지내던 페미니즘이니까. 연대라는 귀중한 가치를 손 놓으면 안 되니까.

2012~13년에 처음 페미니즘 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곪아 터진 모습은 전혀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누가 파이 타령하면서 글 쓰고 나니까 다들 자기 파이 지킨다며 "너 때문에 여성 인권 몇십 년 후퇴했다"고 떠들던데, 정녕 페미니스트로서 비판할 대상이 누군지나 제대로 파악 좀 했으면. 또 누가 세상 떠나는 꼴 만들고 나서 후회 잠깐 하려고?

더 쓰다 보면 속 터져서 잠 못 잘 것 같으니 메루메루님이 했던 말 중 기억할 만한 것 하나 인용하고 마무리해야겠다. 2018년, 2019년, 그리고 계속 #메루메루빔!

 

성노동이 노동이죠, 노예 노동도 노동이구요. 뭘 어떻게 해도 그게 노동이 아니게는 될 수가 없다. 그게 동시에 착취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성노동이 노동이라는 명제를 수호하지 않고서는 성판매 시장에 대해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