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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기고문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강준희

 

 

 

2018년 초, 봄이 오기에는 아직 먼 1월 즈음. 총괄(카페 매니저)이 선정한 세계관과 스토리에 맞춰 멤버들이 상상의 주연들을 창조해내 일종의 연극 대본 작성 및 소설 · 만화 창작을 하는 행위를 하는 커뮤니티, 줄여서 ‘자캐커뮤’에, 처음인 듯 어색하고 어려워하는 사람.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자칭 자캐커뮤 고인물) 나. 괜스레 우쭐해서 그 어려움을 겪는 듯한 이에게 정성스레, 자캐커뮤를 오랜 기간 러닝하며 내가 배운 눈칫밥을 전달했다. 그 사람은 나의 우쭐함에서 비롯한 정성스런 친절이 고마웠던지 내게 호의를 보였고, 사실, 부담스러웠다. 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그 자리에서 어색해하던 사람께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지, 나는 그 사람 자체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 자캐커뮤는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관심도 없던, 내가 친절을 베풀었던, 하여튼 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람을 ‘진짜로’ 알게 되었다. 같이 트위터 계정을 맞팔로우한, 같은 자캐커뮤를 러닝한 트친들이, 이미 ‘그 사람’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진짜 운동권이 자캐커뮤를 러닝할 줄은 몰랐다’, ‘타임라인 건너에서 보던 사람이다’, ‘구독하고 있던 사람이다’ 등등의 이야기.

관심도 없었고, 시혜적으로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이, 어울리는 취미생활 집단에서 생각보다 유명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던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단순히 신기해했던가, 아니면 비열한 태생에 맞게 친한 척 과거 베풀었던 친절을 빌미 삼아 달라 붙었던가. 과거를 잘 기억하진 못하는 편이지만 스스로의 생각회로와 그에 따른 행동을 가장 잘 아는 내가 보기론 후자였을 거다. 사실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 나보다야 일련의 모습들을 그대로 봐온 본인이 더 기억을 잘 할 거다.

우린 여러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기억은 정확하게 안 난다. 그는 당시의 고마움을 이야기하며, 내가 만든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기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 때엔 아주 부드럽게 거절했던 것 같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사람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 소갯말에 ‘노예창녀’라는 충격적인 단어를 적어놓았으니까. 글의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다들 짐작했겠지만, 그 사람이 밀사였다.

 

사회주의고 인권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일개 오타쿠. 자유주의의 반댓말이 공산주의인 줄 알고, 공산주의는 그 단어 자체가 굉장히 무게감이 있고 불결한 것이라는 인상을 구축한 무지함. 마르크스는 어디서 주워들어 알아도 엥겔스는 처음 들어보는(사실 문과였으면 그래도 좀 더 잘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게도 이과여서 정말로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애써 변명해본다) 사람의 시선에서 ‘노예창녀’라는 단어 선정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흔히 서브컬처의 오타쿠들이 쓰는 말 중에 ‘쎄하다’가 있다. 보통은 아직 정보를 잘 모르는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쾌감을 일컫는데, 그걸 농담 삼아 조상신이 레드라이트를 후려갈기고 있는 징조에 가깝다는, 쎄한 감각은 어지간해서 맞는다는 일종의 미신(?)이다. 당연하지만, 밀사는 ‘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사를 블언하지 않았던 건, 글쎄, 우선 밀사가 하는 말들을 나는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서 (당시 인권 담론에 관심이 있다고 한들 딱 트위터에서만 줏어들은 것들로만 구성된 페미니즘이 관심의 전부였다. 당연하지만 오랜 시간 많은 서적과 인권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온 사람의 단어 선정과 문장 구조를, 같은 한국어를 경유하더라도, 그렇지 아니한 사람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이해라도 해보고 싶어서, 그를 계속 타임라인에 두며 천천히 읽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사실 그건 밀사 뿐만이 아니라 그 자캐커뮤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을 향해서 그랬는데(이제서야 이야기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본다), 자캐커뮤 세계관이 러시아 혁명을 다뤘기 때문에, 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던 모양이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똑같은 한국어를 쓰고 있음에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난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총괄이 트친이었기에 트친 의리를 지키려고 갔던 거다…. 그래서 내 취향 가득 담은 예쁘장하면서 독을 품은 듯 하면서 온실 속 화초인 어쩌고저쩌고 캐릭터를 낸 것이고…. 그리고 그런 글들을 마주했다는 것이 내게는 꽤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은 오기가 생겼던 모양이다.

 

조금씩 조금씩 그 많은 문장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곱씹으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다면…… 밀사가 보이는 일련의 행위는, 일상의 연속이면서, 어떤 신앙처럼 보일 정도로 신성하고, 또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기계적 반복으로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숭고하면서, 진흙탕에 몇 번이고 구르고 찢겨진 무가치하고 더러운 천조각만큼, 경멸할 가치도 없이 무감한.

 

밀사를 알게 되고 나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우선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운동이라는 게 있음도 알았고,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꺼라위키도 읽어봤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카레 퍼담은 국자 올려둔 흰 탁자의 참사처럼 시나브로 그러나 순식간에, 그리고 티 나게 ‘빨간물’이 들어 갔다. 그래서 사실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거의 없다. 단편적인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밀사는 늘 파격적인 말을 했고 그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어서, 밀사는 늘 '이상한 사람', ‘쎄한 사람’, ‘바로 그 밀사’로 통했다.

 

밀사는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앞뒤에 구구절절 긴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어떤 이유인지 들은 게 없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내 시선에서는 그게 마치 ‘나 자신을 정당화 시키려는 발버둥,을 하지 않으려는 투쟁처럼 보였다. 이러한 존재도 있음을 알리기 위한. 타인을 이해시킨다는 건 나 자신을 정당화한다는 이야기이고, 그건 존재를 희석시키니까… 아마도.

 

그저 밀사라는 저 사람이 선정하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싶었다. 공감할 생각도 없었다. 사실, 평생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냥 저 말을 ‘문해文解’하고 싶었다. 밀사를 두 어 번 실제 만나보고 대화도 나눠보았던 시점에서도, 난 밀사의 성노동 이야기에 제대로 된 지지나 공감을 보낸 적이 없고, 성매매 담론에서도 명확한 스탠스를 정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짜여진 자체적인 이해만으로 상황과 맥락, 담론을 깨우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아직도 못 했다. 나는 성매매 피해자도, 성노동 당사자도 아니다. 당연히 너무나도 먼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말 그대로 나는 나이브한 일반 대중에 가까웠고, 세상은 성매매를 여성이 타락할 수 있는 최저점처럼 이야기하고, 반드시 철폐해야 할 사회악으로 이야기했다. ‘몸을 판다’는 관용적 단어 조합. 거기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감정은 멸시와 혐오감이다. 그래서 나도 성노동을 긍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매매가 아니라 성노동임을 인정하는 순간 성매매의 착취성을 가린다고 생각했다.

 

2018년 말에 해당 자캐커뮤가 엔딩을 맞은 이후에 ‘빨간물’이 들었으니, 2020년 6월을 기준해 생각해 보면 1년 반 가까울 것 같다. 내겐 ‘방구석에서 스마트폰이나 보고 있는 오타쿠’라는 정체성이 ‘사회를 바꾸고 싶어하는 운동가(?)’의 정체성보다 당연히 훨씬 크니까(아니 애초에 그런 운동가 정체성 있지도 않고 있더라도 부정하고 싶다), 그 오타쿠들이 구성하는 사회 집단의 가장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의견을 나도 대외적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 당연하다.

 

다만, 사실상 오타쿠 사회 집단에 머물기를 선택하고, 납작 엎드려 성매매 산업의 철폐를 이야기하며 성노동이란 단어는 제대로 트윗에 담지도 않았던 때에, 밀사와 그저 트친이라는 이유만으로 난, ‘나는 밀사가 성매매 포주라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밀사 조롱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고 퍼블릭 트윗으로 선언한 사람에게 블락을 당하고, 그 사람이 친하게 어울렸던 사람들 역시 사이좋게 날 블락하는 경험을 겪게 된다.

 

사람 개개인의 인간성에 관심이 있기보단, 현재 몸 담는 사회 집단에 내가 얼마나 멀쩡하게 남을 수 있는가가 급급한 문제인 사회성 부족 오타쿠는 이 일이 충격적이면서도 그러려니 싶었다. 사실 나라도 블락했을 거다. (이해는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밀사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밀사가 어쨌든 오타쿠 논리로 ‘쎄한 사람’인 건 꽤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 테고, 그런 ‘쎄한 사람’과 맞팔인 사람인 나를, 사실 나라도 블락 했을 것 같다. 블락만인가? 체인블락 돌렸다.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현대판 연좌제 체인블락 GO!

 

사람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성매매에 대한 시선은, ‘성매매는 인신매매이고 여성이 타락할 수 있는 최저점이며 강력하게 없애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밀사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았다. 만약 밀사가 ‘나는 성매매 산업의 착취성을 알고 있으며 성매매 산업의 철폐를 바랍니다.’라고 모든 트윗 앞에 써놨다면 상황이야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밀사가 몇 번이고 발언했던 성노동 이야기의 호소력은 매우 매우 매우 떨어질 것이고(사람들은 자신에게 납작 엎드리겠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을 안 하고, 자신에게 대항하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의 의견은 곡해해서 듣는다.), 내가 이제껏 지켜본 밀사는 그런 앞 뒤 구구절절 왱알앵알…… 일단 가오가 없어서라도 안 한다. 그런 설명을 구구절절 덧붙여 ‘나는 대다수 대중으로 대표되는 당신들에게 납작 엎드리고 동의해요’ ~ 라는 제스쳐를 취하기에 밀사는 너무나도 반골인 인간이다.

 

밀사 캐해석은 적당히 생략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밀사에 대한 도를 넘은 조롱’이었다. 밀사가 일반 대중 시선에서 ‘파격적이고 과격한’ 말을 한다고 해서, 밀사의 실제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가지고 모욕적인 가상의 대사를 함께 적거나, 모욕적인 사진 보정을 하는 것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 시선’을 가진 내가 보아도 이상하게 보였다는 거다. 나에게 부러 ‘밀사 조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던 그 사람은 운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저 다른 자캐커뮤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운동권만이 있는 게 아니고, 커뮤계에도 상당히 있을 것이란 어느 정도의 추측이 가능하다. 말마따나 그 사람은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거리낌 없어했으니까. 그런 발언 하나 하나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게 하고, ‘그런가 보다’하고 허위사실을 사실로 믿게 하는 것이니, 내 짐작은 아마 꽤 맞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건 하나이다. 밀사의 노선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솔직히 이해도 안 가고 파격적이다 못해 반골이고 과격하고 충격적 …… 어쩌고 저쩌고여도 밀사에 대한 이 말도 안 되는 조롱과 모욕, 허위사실 유포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밀사는 그 조롱과 모욕, 허위사실 유포를 그대로 하나하나 일일이 트위터로 짧은 문장으로만 받아쳤다. 그 알량한 ‘구구절절 왱알앵알’을, 내 서툰 추측 상 고인에 대한 존중 차원 그리고 자신의 투쟁에 대한 신념 차원 …… 그리고 나도 모를 밀사만의 어떤 결심으로. 그러니까 지금 밀사는, 그동안 구구절절 왱알앵알을 안 하고 안 하고 안 하고 참고 또 참고 안 하다가, 이제서야 그 '구구절절 왱알앵알' 하는 것이다.

 

고인 메루와 밀사에 대한 진상은 '석영' 님이 기고한 <진상 : 창녀를 증오하는 여성들> https://t.co/Za6oX5WVsx 에 아주 잘 나와있기도 하고, 나는 밀사를 알게 된 지 정말 정말 정말 얼마 안 된 사람이라 증언할 것도 없다. 뭐 원래 글재주가 뛰어난 편도 아니어서 아무렴 읽는 사람들이 이 아무말대잔치를 갸륵히 이해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또,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위시한 사람들에게서 밀사가 받은 불링에 대한 증언이 아니더라도, 그 주변인인 나까지(그러니까 나는 정치적이거나 운동권이거나 사상적인 이유로 그 사람과 맞팔하게 된 게 아니고, 완전 종이인형 오타쿠질 하다가 맞팔한 거라니까요?????) 불링/증오/허위사실유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서…… 이 지지의사를 밝히는 건 나를 보호하고 또 변명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은데…… 제목을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고 했던 건…… 그냥 문득 그게 생각났다. 지금 이 싸불에 대한 항의와 밀사에 대한 지지 표명이 무슨 찬 바람 이는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 같은 창피한 비유를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고…….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또 간다고 하더라도 모든 운동은 결국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일 뿐이다. 소모적이고 힘들고 자신을 태우는 일이다. 그런 모습들을 난 많이 봤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졌다고. 모두가 자신을 태우고 있다. 아무도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 비단길이 펼쳐지고 연봉 1억을 찍었고…… 그런 거 없다. 매일 괴롭게 투쟁하면서 산다.

내가 아는 활동가가 이야기한 게 있다. 대한민국에 진정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자기는 운동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그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끝이 아니라고, 이제부터 그들은 내 새로운 적이 될 것이고 그 때의 착취 받는 자들과 또 연대할 거라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로, 연대할 때가 아닐까. 누군가가 아무리 미워도,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와 사이버 불링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한 ‘처단’과 ‘심판’을 할 권리도 없다. 마치 ‘남혐도 여혐도 나빠요’라고 말하는 사람 같지만, 어쨌든, 폭력은 등가교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당신들이 하는 사이버 불링은 잘못되었다. 또 밀사의 사이버 불링을 데면데면하게 방관했던 나 너 우리 그리고 당신들은 지금 연대해야 할 때다. 이게 랟펨과 밀사와의 정치 노선 차이로 인한 소모적 진흙탕싸움로만 보인다면, 딱 그정도로만 이해해도 사실 상관은 없겠지만…… 나는 블락하고 지나가줘라…….

 

글이 산으로 가는데, 음…… 아니다…… 이게 오히려 내가 글을 쓰는 본질이기도 하다.

 

‘밀사는 포주’라면서 ‘나는 밀사 평생 조롱할 거’라고 내게 당당하게 퍼블릭 트윗으로 이야기 하시던 분, 그리고 (이건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사이좋게 나를 블락한, 그 분과 자주 어울리던 분들. 더불어 내가 ‘미성년자 성매매(랟펨들의 말로는 페이강간)’를 옹호했다면서 모욕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셨던 분들. 이제는 다 됐고 전부 사과하세요.

 

또, 밀사와 트친이라는 이유 하나로 내가 주장하는 각종 담론을 비웃고 ‘남자 못 잃는 머리에 좆물 찬 창년’이라고 싸불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계십니까?

 

당신들이야 손쉽게 나를 블락했을 테니 이 글 읽지도 못하시겠지만, 언젠가 이 글이 당신 눈에 띈다면 8월 1일 전까지 https://open.kakao.com/me/Anarkist_get 이 쪽으로 제게 사실관계 명확하게 밝혀서 사과하시고, 저에 대해서 소문 퍼뜨린 거 있으시면 그에 대한 사실관계도 제대로 규명해서 당신 트위터 가장 접속률 많고 교류 잦은 계정 메인트윗으로 일주일 이상 올려두시고 매일 오후 10시에 한 번 씩 끌어올리세요. 계정 프로텍트는 당연히 풀고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밀사 님께도 함께 사과하세요.

 

글이 정말 두서 없기도 한데다가 끝부분이 완전 산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석영' 님이 기고한 <진상 : 창녀를 증오하는 여성들> https://t.co/Za6oX5WVsx 을 인용하면서 글 마치고 싶네요.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의심할 여지 없이 ‘창녀/성노동자 혐오’다. 창녀/성노동자 혐오와 그 원인은 성노동론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주된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낙인은 아직까지도 해소되었다 보기 어렵다. 그래서 논의가 빙글빙글 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성노동/매매 여성의 인권을 주제로 하면서 막상 성노동자 당사자가 당사자로서 말하는 것을 무시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을 타자화하는 동시에 성노동이 노동임을 부정함으로써 성노동/매매 당사자는 피해자 아니면 부역자로 나뉘게 되는 이분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성매매 진영과 성노동 진영이 서로 대립하기만 하면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한 채 추진력을 잃어버리고 고착화된 원인 중 하나기도 하다. 창녀/성노동자 혐오는 글자 그대로 성녀/창녀 이분법을 페미니즘 내부에서 재현한다. 성노동/매매 여성을 차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성노동론을 지지하는 당사자들이 불링을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성노동/매매 경험에는 노동성과 피해, 착취가 혼재되어 있거나 경계가 희미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생계수단으로써의) 성노동/매매를 할 필요나 이유가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성노동은 노동이어야 한다’는 고인의 견해에 동의한다.

 

 

#밀사님은가해자가아니다

#메루님을도구화하지마라

#우리는_자격_없는_여성들과_세상을_바꾼다

 

2020.06.29

강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