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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루메루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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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오타쿠의 증언록 그저 오타쿠의 증언록 조디악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오타쿠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이 생소해 하실 분야인 커미션 신청하기, 자캐 커플 놀이, 드림 파기, 개인봇질 등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 문장에서 사용된 단어의 뜻에 대해 검색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생소하게 느끼시기를 원하며 사용한 말들이니까요) 저는 무지한 사람이라 클러스터라는 단어 자체를 어떤 용례로 사용하는지조차 잘 모르지만, 아마 저의 클러스터를 나누자면 앙상블 스타즈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앙상블 스타즈가 무엇인가 하면, 남자 아이돌 캐릭터를 잔뜩 내세운 오타쿠 겨냥 가챠 게임입니다. 성노동에 대해서라면 조금 알고 있습니다. 소중한 제 주변인들 중 몇몇 분들이 누구는 조건, 누구는 오피..
타자의 고통에 접속하는 윤리 타자의 고통에 접속하는 윤리 데파코트 “ 구슬이 든 상자에 쇳조각을 넣고 흔들면 구슬엔 상처가 잔뜩 나고 어떤 구슬은 깨져버리기도 하는데 가끔씩은 이렇게 제법 매끈한 구슬이 나올 때가 있죠. 저는 이것을 운이 좋다고 부르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훌륭한 것이라고 부르더군요. 이 구슬 안이 깨져있는지 어떤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물론 이 구슬은 아주 귀한 것입니다. 깨진 구슬을 이것과 비교하며 조롱할 때 얼마나 유용합니까. ” 고 메루메루 님은 성노동자셨다. 메루메루 님은 성노동이 하나의 직업, 서비스업으로 사회에서 인식되는 것을 성노동자를 해방시키는 하나의 길이자 비전이라고 말했으며, 성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성노동의 노동성을 부정하며, 성노동자에게 자행되는 사회의 배제와 낙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김망고 안녕하세요, 밀사님. 저는 '미술계' 라는 작은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저는 2018년 있었던 전시 에 전시된, 메루메루님을 추모하는 한솔 작가님의 작품 에 관한 오해를 제 자리에서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권위를 인정받는 비평 웹진이 한 반성착취 운동가분의 너무나 편향적인 글을 게재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다른 비평 웹진에서 미학적 이론을 근거로 이를 비판했지만, 그 또한 해당 사건과 그것이 벌어진 필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았기에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문제가 된 비평은 메루님께서 성노동을,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향해 보여주셨던 긍정을 무시하고 메루님을 처음부터 피해자라 규정지어, 전제된 시각부터가 너무나 폭력적이었습니다. 트위터 불리들과 다름없..
얽힌 관계 속의 감정들 얽힌 관계 속의 감정들 교두애 저는 메루메루님이 돌아가시기 한참 전, 개인적인 이유로 메루메루님과 트위터에서 다툰 적이 있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저의 자기 혐오 때문에 일방적으로 시작된 다툼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메루메루님과 좋은 관계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이런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밀사님을 향한 일방적인 서슴없고 악질적인 가해와 혐오를 기반으로 한 선동들이 그칠 수 있도록 밀사님과 연대하기 위해서입니다. 밀사님을 향한 악의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이들은 메루메루님에게도 마찬가지 일을 저질렀던 사람들입니다. 메루메루님의 삶을 재단하고 가해의 도구로 환원시키는 이들은 메루메루님이 허니팝콘을 응원한다는 발언들을 했을 때에도 “어디서 일본 AV여배우 따..
'창녀-괴롭히기'에 맞서기 '창녀-괴롭히기'에 맞서기 유하 나는 한때 성노동을 했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대학교 강의가 끝나면 학생운동 단위 활동을 하고, 일정이 없는 날에는 조건만남을 했다. 성노동을 통해 번 돈을 자취 생활에 부족한 생활비로 썼다. 책을 사고 예쁜 옷을 사고 샹그리아를 마시고 텀블벅에도 펀딩하며 나름의 사치도 부렸다. 나는 당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을 선택해 돈을 벌었다. 일종의 ‘강요된 선택’이었다. 이 시기에 나는 쉽게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동시에 어느 때보다 다채롭게 내 삶을 꾸리기도 했다.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사회적 약자의 집회를 연대 주최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문화생활에 투자했다. 앞서 ‘강요된 선택’이라고 이야기했듯 조건만남을 하고 다니는 게 ..
당신들의 신앙은 진실이 아니다 당신들의 신앙은 진실이 아니다 캐시 내가 밀사를 처음 온라인으로 접했던 것은, 한 게시글에서였다. 밀사가 한창 욕을 먹고 또 먹던 그 글에서, 나는 처음으로 “밀사”라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건 1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에 열일곱 살이었고, 그렇게 1년 넘게 온라인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읽었다. 물론 하나만 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보고,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모욕을 들어야 했는지를 보고 듣고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10년 전이다. 2010년. 지금은 2020년인데. 그런데, 밀사는 지금도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있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뭐야, 쟤 밀사잖아” 라는 말 한마디로 공론장에서 손쉽게 배제당한다. ..
여성주의를 초과하는 사람들 여성주의를 초과하는 사람들 막야 한 사람이 사망했다. 자살로 알려졌다. 그런데 생전 또는 사후에 그를 트위터에서 알게 된 사람 여럿이 그 죽음을 소명하고 책임을 규탄하는 양, 싸불을 했다. 고인의 지인 중 하나를 주로(거의 단독으로) 겨냥한 싸불이었다. 싸불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 부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사유로든 정당화가 불가하다. 있어서는 안 될 가해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그 소명과 규탄 자체는 혹시 진실 내지는 일리라도 지녔는지 들어봤다. 들어봤다가 나는 울화가 치밀고 말았다. 진실 내지는 일리를 혐오에서 기인한 비약이 대신했고, 그 간극들을 여성주의의 대의로 하여금 메우게 하고 있었다. 아닌가? 역순이던가. 여성주의의 대의가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의 간극을 잇는 데 실패하므로 비..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겨울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강준희 2018년 초, 봄이 오기에는 아직 먼 1월 즈음. 총괄(카페 매니저)이 선정한 세계관과 스토리에 맞춰 멤버들이 상상의 주연들을 창조해내 일종의 연극 대본 작성 및 소설 · 만화 창작을 하는 행위를 하는 커뮤니티, 줄여서 ‘자캐커뮤’에, 처음인 듯 어색하고 어려워하는 사람.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자칭 자캐커뮤 고인물) 나. 괜스레 우쭐해서 그 어려움을 겪는 듯한 이에게 정성스레, 자캐커뮤를 오랜 기간 러닝하며 내가 배운 눈칫밥을 전달했다. 그 사람은 나의 우쭐함에서 비롯한 정성스런 친절이 고마웠던지 내게 호의를 보였고, 사실, 부담스러웠다. 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그 자리에서 어색해하던 사람께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지, 나는 그 사람 자체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었으니..
하나로 연결된 끈 하나로 연결된 끈 타래 고(故) 메루메루님과 나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 소식을 그와 나의 겹지인들을 통해 듣게 된 직후, 나는 하염없이 눈물 흘렸었다. 내가 일방적으로나마 고인에게 아주 강렬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은 아마 이것이 유일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이는 밀사님의 연대 요청을 마주했을 때, 내가 연대에 함께 해도 되나 하는 망설임으로도 작용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눈물 흘린 것조차 그를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쏟아부어낸 과잉적인 반응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포함됐었음을 부러 부인하지 않겠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동안은, 고인에 대해 느끼는 사적 인상이나 평가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술회한들 내 안에서 멋대로 오독되거나 왜곡된 채로 편집..